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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0 16:53 당나귀 기사

분명히 존재했던 한동의 성폭력, 조용히 잊히다

14년도 2학기 성폭력 사건, 징계 공지 삭제돼

관련 규정은 외면당하고, 해당 위원회는 구성 안 돼

온정주의와 순결 이데올로기의 2차 폭력

 

조용히 끝날 줄 알았다. 별일 없던 학기가 평화롭게 끝나가고 있었다그런데 일이 터져버렸다. 16주차 화요일이었다작년 12 16일 히스넷에 학생 징계 결과 공지가 올라왔다. 징계 내용은 성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제적 처분이었다공지의 출현과 함께 학기는 마무리되었다. 방학하면서 사건은 잊혔다. 해당 공지 또한 방학 중에 삭제되었다. 분명히 존재했던 성폭력 사건의 흔적은 조용히 잊혔다.


작년 12월 16일 히스넷에 ‘학생 징계 결과 공지’가 올라왔다. 징계 내용은 성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제적 처분이었다.


징계 절차에서 외면당한 관련 규정

징계 공지에 의하면 가해 학생은 2014 11 12일 자정 즈음에 올네이션스홀 4층 여자화장실에서 동료 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했다이후 가해 학생의 강제 추행 혐의가 인정되었고, 11 19일 가해 학생은 학교로부터 제적되었다.

공지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다. 징계 공지에 근거로 제시된 규정은 학생 상벌에 관한 규정이었다. 한동대 상담센터가 소관하는 성희롱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이하 성폭력 규정)의 내용은 공지에 언급되지 않았다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처리절차, 조치기준이 명시된 관련 규정이 배제된 채 사건이 처리된 것이다. 성폭력 규정에 따르면, 학생처장은 성폭력 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위원회의 역할은 독립적으로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고 처리하는 것이다.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학교마다 다르다. 타 대학에서는 위원회뿐만 아니라 총여학생회여성위원회 등의 기구들이 성폭력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현재 한동대에는 여성을 위한 독립 기구가 없다. 성폭력 위원회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기구 없이 성폭력 사건이 처리될 경우 일원화된 시스템의 부재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대책을 지속해서 강구하기 어려워진다.

문제는 이전까지 위원회가 규정대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성폭력 규정의 소관 부처인 상담센터 관계자는 위원회가 이전까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의견 불일치가 있는 경우에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답했다. 특정 상황에만 위원회가 꾸려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정적인 위원회 구성은 성폭력 규정에 어긋난다성폭력 규정 제14(회의)에 따르면, 위원회는 위원장이 소집하는 정기회의를 매 학기 1회 이상 열어야 한다. 또한, 위원회는 성폭력 사건의 처리뿐만 아니라 예방, 피해자 보호, 가해자에 대한 징계 요구 또는 발의 등 성폭력 전반에 관한 일을 진행한다고 제13(업무)에 명시되어 있다. 특정 상황에만 꾸려졌던 지금까지의 위원회는 규정의 내용을 축소한 상태로 운영되었다.

위원회가 구성될 가능성 또한 희박해 보인다.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명시된 학생처장은 위원회뿐만 아니라 성폭력 규정의 존재도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다사건 발생 후 위원회 구성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곽진환 학생처장은 규정이 이상하다소관부서인 상담센터에 물어보라는 답변으로 일축했다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의를 소집해야 할 위원장이 규정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원회 구성은 불가능하다.


특정 상황에만 꾸려졌던 지금까지의 위원회는 규정의 내용을 축소한 상태로 운영되었다. 


포옹을 시도하는 2차 가해자, 온정주의

최근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국내 유수 대학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국민대학교에서는 남학생들이 단톡방 언어 성폭력 사건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대학에서의 성폭력은 낯익은 풍경이다. 대학 내 성폭력에 관해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학에서 맺는 관계는 양면적인 성격을 띤다교수와 학생은 공적인 관계이기도 하지만 스승을 존경과 믿음으로 대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요구가 있으며, 졸업한 뒤 진로를 결정할 때도 교수가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과나 동아리 등 학생 문화도 공동체적인 성격과 단합, 친밀감, 생활의 공유가 강조되는데그것 역시 성차별적,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기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면 공동체 문화를 방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대동단결 안에서 묵인, 은폐되곤 했다. -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 뒤집기>, 이매진, 2011, PP.235-236

대학에선 학생 사이에서 벌어진 성폭력도 있지만, 교수와 학생 간의 성폭력도 존재한다한동대라고 없으리란 법은 없다. 2013년 본교에 재직했던 한 목사는 성폭력 가해 사유로 사임한 바 있다. 하지만 교내에선 해당 목사가 사라진 이유에 대한 정보가 유통되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 정보에 대한 공개 여부에 대해 상담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를 위해서 비공개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사건 정보와 징계내용을 공지하는 것은 신변 보호와는 다른 문제이다. 위에 언급한 <성폭력 뒤집기>의 내용처럼 공동체를 중시하는 한동대학교 특성상 지나친 온정주의로 문제 제기를 방해하고, 사건을 은폐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 성폭력 사건 징계 공지에 대해 이여준(공간환경14)씨는 학교에 성폭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학교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됐다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 방법에 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씨는 상담센터가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온정주의가 있었던 사건을 없었던 일로 인식하게 하고, 정작 사건이 발생하면 해결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죄책감을 선물하는 2차 가해자, 순결 이데올로기

예방 교육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한동대에서는 교수, 교직원,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1시간 이상의 성희롱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매년 1회 이상 시행되어야 한다하지만 현재 한동대 학생들은 이와 같은 정기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 있다.

한동대의 성폭력 예방 교육 현황에 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상담센터 관계자는 교직원과 교수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학생에게 제공하는 교육에 대해서 상담센터 관계자는 학생 교육은 채플 시간에 이성교제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성 교제 교육은 성폭력 교육과 다른 범주에 속한다. 오히려 이성 교제 교육이 성폭력 예방과 상충한다는 입장도 나온다. 한동대에서 이성 교제 교육의 내용은 주로 순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성폭력 상담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순결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성폭력이 문제인 이유는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고통 역시 피해 경험자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순결을 잃었기 때문에 성폭력이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위로를 받아야 할 것이 피해자 본인이 아니라 순결이 돼버립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놈의 순결, 순수, 혼삿길, 가족의 명예, 남편의 자존심, 지켜주지 못했다는 남자친구의 열폭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며 하나씩 피해자 앞에 나타나고, 어느새 당사자는 이런 문제에 신경을 쓰느라 바빠집니다. 매번 나 때문에 이렇게 돼서 미안해하고 머리를 조아리게 되는 것이지요. 정작 내가 왜 힘든지는 돌보지도 못한 채로요. 한마디로, 말하지 않느니만 못하게 된 상황입니다.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은 결국 중간에 사건 해결을 포기하거나, 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 조용히 삭히는 편을 선택하게 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보통의 경험>, 이매진, 2011, P.22

순결을 잃었다는 자괴감이 피해자를 고통에 빠트리고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온정주의와 순결 이데올로기2차 폭력이다.

얼마 전 명지대학교에서도 채플에서 순결을 강요하는 설교로 인해 논란이 일어났다. 명지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페이지에 한 학생은 왜 학생들이 순결 이데올로기를 강요받으면서 죄인인 채로 채플을 들어야 하나요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 글이 온라인상에 확산되어 많은 질타를 받았다.

한동대의 순결 이데올로기에 대해 임윤미(언론정보12) 씨는 학교에선 순결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여 죄책감을 심는다성폭력은 순결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인데, 순결을 강조하는 것은 폭력을 교묘하게 지우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동대에서는 매 학기 순결 서약식의 움직임이 활발하다순결 이데올로기가 보편적 정서라고 할 만큼 순결에 대한 이야기가 익숙하다. 순결이 강조되는 반면에 성폭력 예방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한동대 성교육의 현주소이다.

 

이렇게 학기는 역시 조용히 끝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받았던 고통 또한 잊히는 중이다누군가는 계속 고통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 분명히 존재했으나, 조용히 잊히는 한동대 성폭력재등장을 준비하는 폭력 앞에 한동대는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을까. 성폭력 관련 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고, 예방 교육 또한 미비하다. 기도하면 되는 걸까.

 

임성현 기자

6563z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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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나귀 귀 임금님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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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찬 정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