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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의로우시며 구원을 베푸시며 겸손하여서 나귀를 타시나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 새끼니라”(슥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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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0 16:59 당나귀 기사

그래, 내가 세다.

- IF YOU SEXIST ME, I WILL FEMINIST YOU

 

우에노 치즈코(2012)는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에서 여성혐오란 남성에게는 ‘여성멸시’의 형태로, 여성에게는 ‘자기혐오’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왜 난 여자로 태어났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여성들이라면 ‘자기혐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여성들이 멸시와 혐오를 받으며 산다. 딸이라는 이유로 늘 오빠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내 친구가 그러하고, 딸만 낳았다며 농담을 빙자한 비난을 듣는 엄마를 보며 ‘왜 나는 여자일까?’ 생각했던 내가 그렇고, 아들을 낳을 때까지 애를 낳아야 한다고 약 15년간 쉬지 않고 임신을 해 딸 여섯에 아들 하나를 낳은 아침 마당에 출연한 그 어머님이 그러하다. 여성 혐오는 사회 깊숙이 스며있다. 한동도 예외일 수는 없다.

 

나는 한동에서도 수많은 ‘여성혐오’를 받아왔다. 한동의 많은 남성은 여성 혐오적 발언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내뱉었다. 기억에 남는 몇몇 말들을 소개한다. “넌 기가 세.” “내가 생각하기엔 네가 우리 팀에서 제일 기가 센 것 같아.” “넌 한동대에서 연애 못 해.” “한동대에 널 감당할 남자는 없을걸.” “너 그러다 시집 못 간다.” “여자가 좀 여성스럽고, 얌전하고 그래야지.” “너 그러면 남자들이 안 좋아해.” 등등. 이러한 주옥같은 멘트들을 직, 간접적으로 들을 때마다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표했지만, 그들은 역시나 ‘쟤 또 저러네.’ ‘그러니까 네가 기가 세다는 거야.’는 식의 반응을 할 뿐이었다.

"너 그래서 시집은 가겟냐?" "콱..씨" (일러스트 정담은)

‘기가 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자신의 소신을 내세우면 여성은 기가 센 여자가 되지만, 남성은 리더가 된다. 만약 당신이 자기 생각을 하는 여성을 기가 세다고 생각을 한다면 나는 기 센 여자가 맞다. ‘감당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일 따위를 능히 해내는 것과 능히 견디어 내는 것이다. 남성들의 언어를 사용하자면, ‘기가 센’ 나와 연애하는 상대는 나를 ‘능히 견디어 내야’ 한다. 충격적인 것은 이 발언을 한 남성이 본인의 말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나를 높이 평가하고, 어지간한 남자들보다 낫다는 맥락에서 남성들이 나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칭찬할 타이밍에도 여성 멸시적인 표현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내 인생의 목표는 ‘시집가는 것’이 아니다. 시집을 가지 못한다고, 만나는 남성이 없다고 내 인생이 미완성인 것은 아니다. 어떠해야만 갈 수 있는 시집이라면 나는 안 가겠다. ‘여성스럽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나는 여성인데 내가 나다운 것은 ‘여성스럽지.’ 않다는 말인가. 그의 언어를 통해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발언이 체현되었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행동을 내가 왜 해야 하는가. 나는 남성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이들의 발언들은 여성인 나를 멸시하고, 남성을 위한 타자로 간주하고 있다.

 

우에노 치즈코는 여성혐오를 이브 세지윅의  ‘호모소셜’을 이용해 설명한다. 호모소셜이란 성적인 것을 억압한 남성 간 유대이다 (우에노 치즈코,2012). 호모 소셜은 성적 주체 간 연대이고, 주체 성원 간의 승인은 너를 남자로 인정한다는 굳은 약속이다. 즉, 남성은 다른 남성이 ‘넌 남자다.’고 인정을 해줘야 비로소 진정한 남성이 된다는 것이다. 호모소셜한 남자는 여성을 성적 객체화 함으로써 본인의 주체성을 확인한다. 여성을 성적으로 객체화하여 주체 간 연대를 하는 것이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여성의 타자화를 ‘여성혐오’라 한다 (우에노 치즈코,2012). 서로를 남성으로 인정한 이들의 연대는, 남성이 되지 못한 이들과 여성을 배제하고 차별화함으로써 성립한다 (우에노 치즈코, 2012).

방송인 장동민씨가 방송에 나와서 한 발언은 페미니즘 구호가 되었다.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자!’ 


많은 이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요즘 같은 시대’는 여성혐오가 판치는 시대지 남성이 여성을 동등한 주체와 인격체로 대접하는 시대가 아니다. 최근에 세 명의 남자 연예인이 인터넷 방송에서 한 여성 혐오적 발언 때문에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사과랍시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그들의 사과는 진정한 반성이 아니었으며 많은 사람은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몰랐고, 여전히 모른다. 이 사회에서 여성은 아직도 소수자이며, 한동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 글을 정희진 선생의 말로 마무리하려 한다.

 

“나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다는 것, 더구나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은,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정희진, 2005).”

나는 계속해서 상처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상처를 떠벌리고 다닐 것이다. 나는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는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김혜린


Reference

우에노 치즈코 (2012)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은행나무

정희진 (2005) 페미니즘의 도전,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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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당나귀 귀 임금님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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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수 2015.06.12 22:23 신고  Addr Edit/Del Reply

    "여성혐오"라는 단어를 보고 '설마 ㅋㅌㄹㅎㄷ 인터뷰!??!?' 싶었는데.. ㅎ 아니네요 그래도 잘읽고갑니다!
    그나저나 군시절 소대장 이상형이 센여자였는데..

  2. 2015.06.18 09:34  Addr Edit/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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